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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흥시가 호조벌을 지키기 위해 올 1월부터 ‘호조벌 시흥에코증권’ 발행에 나섰다. | ||
개발압력으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호조벌’을 보존하기 위해 시흥시가 ‘자연환경국민신탁’(환경부 특수법인)과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호조벌 시흥에코증권(이하 시흥 에코증권)’ 발행 사업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뜬구름 잡기 식’으로 전락할 지경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시가 올 1월부터 ‘시흥 에코증권’ 발행 사업을 시작하며 올해 말까지 24억 원의 목표 모금액을 수립했지만 6월말 현재 기금 총액은 3,700만원(471명)에 그쳤고, 증권 구매자의 약 80%가 시청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나 사업 추진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시가 ‘시흥 에코증권’ 사업의 든든한 버팀목 마련을 위해 2017년도 제2회 추경예산에 ‘호조벌 생태자원화 토지매입비’ 9억 원을 편성했지만 시흥시의회가 이를 전액 삭감하면서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던 ‘호조벌 일원 영구 보전사업’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시는 300여 년 전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갯벌을 막아 만든 ‘호조벌(논)’의 역사성·상징성을 기리는 한편 농업경쟁력 약화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호조벌’ 일원을 영구히 보전하기 위해 자연환경국민신탁과 손을 잡고 ‘시흥 에코증권’ 발행 사업을 시작했다.
‘에코증권’은 자산 가치를 지닌 일반적 증권이 아닌 ‘기부활동 참여 증서’로 시와 자연환경국민신탁은 시민들의 에코증권 구입금액으로 호조벌 부지를 매입하고 호조벌의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시흥 에코증권’ 발행 이후 시흥시는 각 부서별로 에코증권 구입을 위한 ‘릴레이 기부’를 펼치는가 하면 유관기관단체 등의 행사에도 ‘시흥 에코증권’ 사업 취지를 설명하며 참여를 당부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흥 에코증권’ 구매자의 약 80%인 공무원들 중 일부는 자발적 기부를 가장한 강요 아닌 강요와 같은 ‘릴레이 기부’에 참여하면서 적잖은 불만을 토로했고 유관단체기관들도 공무원들과의 안면 때문에 체면치레 정도로 증권을 구매했다.
‘시흥 에코증권’ 릴레이 기부 당시 한 공직자는 “호조벌을 매입해 보전한다는 것에 공무원들도 이해되지 않는 기부(증권 구매)를 시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라며 “시흥형 자산화가 목표라면 시민들을 먼저 설득시켜 시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지 시민의 호응이 없다고 공무원에게 지갑을 열라는 것은 정말이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모 유관기관단체 관계자는 “솔직한 심정으로 호조벌 보전이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안면 있는 공무원들의 부탁으로 단체에서 약간의 비용을 기부했지만 이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내년 6월 현 시장 임기가 끝나서 새 정부가 들어서서도 이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호조벌 보전을 위한 ‘시흥 에코증권’ 사업을 시민들에게 홍보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라며 “당분간 ‘시흥 에코증권’ 판매보다는 호조벌 보전 홍보·교육에 주력하며 시민활동가 양성 등을 통해 장기적인 기금 마련 계획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흥시의회는 제249회 임시회기 중 시 집행부가 제출한 2017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를 통해 ‘호조벌 생태자원화 토지매입비’ 9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예결특위는 “호조벌 보전에 대해서는 시의회 차원에서도 매우 공감하는 부분으로 시 집행부는 토지매입 추진으로 친환경적인 농업과 생태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절대농지인 호조벌 영농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피해를 감수할 뿐”이라며 “호조벌 생태자원화는 농민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성공 사례로 될 것이기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고 사업을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 ‘호조벌’과 ‘시흥 에코증권’은?
‘호조벌’은 1721년 호조 소속인 민진원 진휼당상이 백성들을 구휼하기 위해 매화동, 하중동 등 10개 지역의 갯벌을 간척해 만든 논(449만㎡)으로 이곳에서는 연간 1974톤의 쌀이 생산된다.
시는 ‘시흥 에코증권’ 사업으로 호조벌 농지 일부를 매입해 공공자산으로 관리함으로써 농지를 개발하지 않고도 자연 속의 생태자원과 농업생산을 이용하여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희연 기자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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