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갯벌, 농경지, 산업단지가 함께 어우러진 시흥시. 시흥시는 수도권 서남부해양녹색성장 거점도시로 미래 개발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주목 받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2년 2월 시흥시 장곡동 724-10번지 일원 갯벌 약 0.71㎢(약 21만평)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국토해양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시흥갯벌의 생태계 보존상태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흥시가 습지보호지역과 함께 전국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호조벌’이다. 300여 년 전에 조성된 ‘호조벌’에 대한 역사성과, 상징성,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호조벌’은 시흥시 미산동, 은행동, 매화동, 도창동, 포동, 물왕동, 광석동, 하상동, 하중동을 포괄하는 드넓은 농경지이다.
‘호조벌’은 조선시대 안산군 초산면 돌장재(현 시흥시 하중동)와 인천부 신현면 포리(현 시흥시 포동 걸뚝) 사이에 둑을 쌓아 조성한 150만평의 간척지로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따르면 경종1년(1721년)에 재정 충당과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흥시 간척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시흥시는 이러한 ‘호조벌’의 역사성, 상징성을 기리고 농경지 매립 등 개발압력으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호조벌’ 공간 일부를 영구히 보전하고자 자연환경국민신탁(환경부 특수법인)과 손을 맞잡고 ‘호조벌 시흥에코증권’ 구매를 통해 호조벌의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에코증권’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각종 혜택(생태계서비스)을 무상으로 받고 살아온 대가를 증서에 표시(기부)한 것으로 에코증권 발매대금으로 미래세대와 야생을 위한 공유지를 확보하거나 생태계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이들에게 보상을 실시한다.
현재 자연환경국민신탁은 백두대간, DMZ, 제주 곶자왈, 시화호 등 생태계를 중심으로 미래세대와 반달가슴곰, 두루미, 꿀벌, 물범 등 야생을 위하여 에코증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시흥시와 함께 지난 1월부터 ‘호조벌 시흥에코증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호조벌 시흥에코증권’ 발행을 시작하며 올해 말까지 목표기금 24억 원을 계획했지만 6월말 현재 모인 기금은 471명이 기부한 3,700만원에 그쳤다. 이마저도 기부자의 80%는 공무원이다.
현재 호조벌 농지 중 가장 싼 게 3.3㎡당 약 30만원이라고 하니 지금 모인 돈으로는 407㎡(123.3평)밖에 구매할 수 없다. 속된 말로 ‘알 박기’도 아니고 거창한 목표로 가지고 시작한 호조벌 영구 보전계획이 뜬 구름 잡기 식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게다가 시흥시가 2017년도 제2회 추경예산에 ‘호조벌 생태자원화 토지매입비’ 9억 원을 편성했지만 시의회는 ‘공감대 형성 없는 사업 계획은 호조벌 영농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피해를 감수할 뿐’이라며 사업비 전액을 삭감했다.
시민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호조벌 영구 보전사업’은 만만한 공무원들에게 ‘시흥 에코증권’ 기부강요로 이어졌다. ‘시흥 에코증권’ 사업을 알고 있는 공직자와 시민들은 과연 이 사업이 내년 김 시장 퇴임 이후에도 영속성을 갖고 추진될지 의문을 갖고 있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호조벌 일부 공간을 영구 보전해 미래 아이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시흥시. 시민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지만 시흥시민들의 의식수준은 아직까지 호조벌 구입을 위한 기부에 인색하다.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접어라. 괜한 행정력, 재정 낭비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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