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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의 츠루하시를 떠나 열차를 타고 미에현 타카마츠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 밖으로 스치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집들과 파랗게 물들어 가는 논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타카마츠역은 시골역이라 그다지 붐비지 않았으며, 역내 우동집을 찾아 별미인 ‘이세우동’을 맛보았다. 역 광장을 지나는 학생들을 보니 여학생의 치마는 모두 무릎 아래로 훨씬 내려와 예전과 많이 달라진 유행을 알 수 있고, 남학생의 복장은 필자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교복을 입고 있어 지나간 시절을 떠올려주었다.
다음날 오우카고등학교를 방문하여 교장선생님과 그 유명한 조리선생님이신 무라바야시 싱고 선생님의 환영을 받았다.
오우카고등학교는 일본의 유명 드라마 ‘고교생 레스토랑’에 등장하여 일본 전 지역에서 유명한 학교가 되었다.
‘손자의 가게(まごの店、마고노 미세)’는 조리과 학생들이 운영한다. 평일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주말과 공휴일, 그것도 딱 점심시간에만 식당 문을 연다.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이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들만 사용한다. 마를 갈아 만든 일본 전통 건강식, 은은한 녹차향이 일품인 오차즈케 정식과 꽃 도시락까지 학교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하는데, 조리한 음식들은 하루에 250인분만 한정 판매한다.
학생들이 레시피를 짜고, 식자재 발주부터 조리까지 학생들 손을 거쳐 고객에게 판매하는 일본 도시락 전문 레스토랑이다.
오우카고등학교 교육의 특징은 ‘기본기를 중시하는 교육’이다. 조리하는 주방 바닥은 항상 말라 있어야 한다. 음식은 반드시 맛을 보고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다. 조리과정은 위생적이어야 한다. 식재료는 최대한 아끼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선후배 사이의 신뢰는 기본이다. 교실에서만의 이론적인 교육이 아닌, ‘현장 중심형 교육’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당장 투입이 가능하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학생을 배출하는 고교생 레스토랑인 것이다.
이 모델을 한국에 가져온다면 지역사회와의 협조, 회계상의 문제, 레스토랑 운영주최의 문제, 그 외 학부모와의 여러 가지 책임에 따른 문제, 실무적인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그렇지만 오우카고등학교 ‘손자의 가게’ 역시 처음부터 손쉽게 시작했겠는가. 그쪽도 우리처럼 많은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추진되어 여러 성과를 내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에 할애함에도 교육경쟁력이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2006년 한국을 방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자유학기제와 NCS(국가직무능력표준)가 정착해가는 단계외의 우리네 교육은 별반 달라지고 있지 않다. 유치원에서부터 선행학습이 시작되고 있으며 서열화된 교육환경에 아이들은 너무도 자연스레 익숙하여지고 있다.
요즘 학교는 기말고사 기간이 후 여름방학을 맞게 된다. ‘우리아이는 기말고사 시작과 동시에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어 신나하네요’라는 어떤 학부모님의 자조 섞인 말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씁쓸하기만 하다. 학부모와 교사가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함께 유익한 여름방학계획을 실천적으로 세워보는 것도 우리의 교육을 바꾸는 하나의 작은 시도라 할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우며 가르치는 국제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는 창의적 교육환경의 틀의 구축을 이제는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 된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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