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느 지방의회를 둘러봐도 시흥시의회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지방의회가 있을까. 제7대 시흥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이후 1년여 지속되어 온 시흥시의회의 현 상황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이다.
시정부의 모 공직자는 “의결권을 갖고 있는 지방의회가 의사일정을 거부하며 시정부를 압박하면 도무지 어찌할 방법이 없다.”라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시의원의 사퇴로 시흥시의회 의원 구성은 자유한국당 7명, 더민주당 3명, 국민의당 1명 등 총 11명으로 줄었다.
문정복 전 의원은 의원 당선 이전에 발생했던 사안이 지난해 고소 건으로 불거지면서 검찰이 사기횡령 혐의로 벌금 700만원으로 약식기소하자 정식 재판을 청구,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당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간의 갈등이 증폭, ‘문정복 의원 징계요구’를 위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으로 표출됐다.
이후 윤리특위는 사법부의 판결 전까지 특위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돌연 지난 11일과 16일 윤리특위를 가동, ‘시흥시의회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숙하지 못한 문정복 의원에 대한 제명’을 심의·의결했다.
또한 윤리특위는 문정복 의원에 이어 김영철 의장이 시의회 대표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고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 원칙 중 하나인 다수결원리(의장불신임안 의결) 불인정, 의회파행 책임을 다수 의원에게 전가함으로써 시흥시의회 품위를 실추시켰다며 김 의원의 징계 요구 건을 추가해 윤리특위를 구성 변경했다.
문정복 전 의원은 윤리특위의 제명 의결에 대해 ‘지난 시흥시의회 진행과정은 다수결의 폭력, 다수결의 만행이며 민주주의는 고사하고 상식도, 인간적 도의도 없다. 지난 16일 오후 시흥시의회 자유한국당의 제명 의결로 이미 저는 사실상 제명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저들에 의해 불명예스러운 제명을 당하는 것보다는, 인간 문정복의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한다’며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에 장재철 윤리특위위원장은 ‘문정복 의원이 주장하는 다수당의 횡포 논리는 시흥시의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수의 의견이 존중받는 사회이다. 윤리특위가 문정복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미뤘다면 시민들은 제 식구 감싸기로 바라볼 것이기에 윤리특위가 징계를 의결한 것’이라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밝혔다.
그렇다면 장 위원장은 제7대 시흥시의회 의원 임기 중 일부 의원의 음주운전 전과, 도서 수의계약 등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시흥시의회는 자유한국당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시 정부조차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결집에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다수의 의견이라는 논리로 시정부를 압박하며 예산이나 조례 및 기타 안건을 선별해 처리하는 등 파행적인 의사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정부가 집회를 요구하면 임시회의를 열겠지만 안건처리는 시의회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의사를 결정하는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사회에서 대립되는 의견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이다.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합리적이라는데 있다.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는 오류 가능성이 적고 또 그 의견에 따라 행동하고 집행했을 때, 그에 따르는 책임을 다수가 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전제 속에서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적 의사결정의 방법론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견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다수가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따지기 전에 다수의 주장이 정의로운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또한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동조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정말 형편없는 행동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단순한 다수의 의사에 따르는 것은 ‘중우정치(衆愚政治. mobocracy)’의 함정, 오류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한다.
시흥시의회 다수당 의원들은 다수의 의견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하지만 다수결의 원칙은 기본적으로 평등사상을 전제로 한다. 시흥시의회 다수당 의원들이 더 이상 스스로 우매함의 늪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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