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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하다. 나무도 언 땅속에 뿌리를 깊이 내릴수록 더 강해지며 봄을 맞을 힘을 비축할 수 있다. 겸허하게 비우고 추운겨울을 내려놓는 만큼 따사로운 봄볕을 만끽할 수 있는 요즘이 행복하다.
산은 오르는 연습보다 내려가는 연습이 더 필요 하다. 나이가 들면 무릎도 산을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더 아프고 시린 법이다. 지난 봄 대학 동기와 북한산을 올라갔다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려오는 도중 친구는 발목을 겹질렸다.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천천히 내려왔으면 다칠 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되어 미안하기 짝이 없다.
복잡한 생활 속에 생각의 속도를 조금은 늦추는 것이 좋다. ‘제시된 문장을 빠르게 읽는 사람이 천천히 읽는 사람에 비하여 훨씬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빠르게 읽는 사람은 성급한 의사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러한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하며 잠재된 위험요인을 줄이는 것을 방해한다.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실시간 검색어를 보아도 얼마나 빠르게 세상사에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속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고 작은 일에 화나게 하며 분노를 조절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행복도 자신이 무언가를 충분히 가졌는가 보다는 남들보다 얼마나 덜 가졌는가의 문제라 한다. 잘 누리며 외견상 좋아 보이는 사람이 행복하지 못한 것도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이기보다는 웃음기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변하여 있음을 볼 때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안타깝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 달 수원교육지원청의 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한 ‘인생 이모작을 위한 직무연수’에 멘토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퇴직을 앞두고 연수에 참여한 분들과 멘토링을 하다 보니 시골에 내려가 집을 짓고 작은 텃밭이라도 일구겠다는 소박한 로망을 지닌 이도 있고, 지게차 운전을 배우겠다는 이, 버스운전면허를 취득하여 관광차를 몰고 전국을 누비고 싶어 하는 꿈을 지닌 분 등 모든 분들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연금을 받더라도 한 달에 돈백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공감했다. 무언가 경제적 도움이 되며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고 싶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만큼 퇴직에 대한 두려움과 인생후반기를 살아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고 각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이 49%로 OECD국가 중 1위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 앞으로의 30년을 여행이나 취미활동과 자원봉사로만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 이모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에도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직종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너무도 좁다. 잘 알다시피 실질 퇴직연령이 53세를 갓 넘기고 있으며, 그 이전이라도 직장의 구조조정으로 언제든지 정년까지 다닐 수 없는 것이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시흥시는 청년과 시니어에 대한 인적자원의 효율화를 위한 직종개발 등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직업정책을 시급하게 재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도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계획적인 준비와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하다. 여유롭게 조금만 생각의 속도를 늦추어 웃음을 되찾아 행복지수를 높이고,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우리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행복도시를 소망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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