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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들어섰는데도 바깥바람이 여전히 차다. 올 봄은 그냥 지나가려니 했는데 기침에 또 고생을 하고 있다. 법륭사는 부처님 출가일에서 부처님 열반일까지 자비도량참법기도 중에 있다. 자비도량참법이란 경전 안에서 참회의 내용만을 발췌하여 모은 경전을 말한다.
불교에서는 신구의(身口意)라고 해서 행동과 말과 생각을 조심하라 가르친다. 불교의 수행이란 자기의 행동을 조심하고, 스스로의 말을 조심하고, 생각을 조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어느덧 이 길에 들어 선지 30년이 가까이 오고 있다.
출가를 하면 스님이 되기 전에 행자라는 단계를 거친다. 행자님이라고 불리는 시절은 참으로 혹독하다. 행자가 되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법당문을 열고 부처님 전에 다기물을 올리는 일부터 시작하여 공양간에 밥을 하고 청소하고 온갖 궂은일을 한다. 이 시기에 속가와의 인연도 끊어야 된다.
출가를 하면 은사(恩師)가 생긴다. 은사는 수행을 뒷바라지 해주고 마을의 부모처럼 걱정하며 염려해 준다. 출가를 하면 속가에서의 나이를 쓰지 않는다. 법랍(法臘)이라고 해서 출가해서부터 수행한 나이를 사용한다. 또 본사라고 해서 출가한 사찰이 고향이 된다. 법명(法名)이라고 해서 스님으로써 새로운 이름을 사용한다.
이처럼 출가를 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름도 바뀌고 나이도 바뀌고, 고향도 바뀌고, 입고 있던 옷도 바뀌고 머리도 삭발을 한다. 그리고 부처님에 의지해서 수행을 하며 살아야 한다. 출가의 이름 앞에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일류대학 학위도 필요 없고, 큰 재물도 필요 없고, 나이가 많고 적음도 필요 없다. 그 동안 세속에서 쌓아온 모두를 출가의 앞에서 버려야 한다.
이 길은 마음 닦는 것 외에는 달리 필요한 것이 없다. 부처님은 카필라국의 왕자로 태어나서 29세에 출가했다. 부처님도 왕자로써 권위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버렸다. 이 길은 왕자로써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6년 동안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깨달음을 얻었으며 45년간을 전법하고 80세에 열반에 들었다.
요즘은 출가하여 스님이 되겠다고 절에 오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절집생활 보다는 사회생활이 더 좋은 듯하다. 온갖 욕심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참다운 길을 찾아보고자 하는 사람도 없다.
세상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좋은 학벌을 얻기를 바라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많이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 가는 길에서는 이 모든 것이 필요하지 않다. 착한 마음으로 많은 공덕을 쌓은 것이 더 중요하다. 출가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지금, 자비도량참법기도를 하며 참회와 함께 나는 초심을 잃고 잊지는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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