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제7대 시흥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당선돼 8개월 의장직을 수행해 온 김영철(「더」) 의원이 지난 9일자로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좀 더 정확한 표현을 빌자면 ‘의장직에서 떠밀려 내려왔다’고 해야 맞겠다. 시흥시의회 12명 의원 중 자유한국당 소속 7명 의원(김찬심, 손옥순, 윤태학, 장재철, 조원희, 홍원상, 홍지영)과 국민의당 소속 박선옥 의원 등 8명 의원이 지난 달 23일 제출한 ‘의장 불신임안’이 지난 9일 열린 제243회 임시회에서 표결 의원 8명 중 찬성 8표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의장 불신임안’ 제출의 결정적 계기는 올 상반기 정기 인사를 앞두고 ‘시흥시 정원조례’ 등의 안건 처리를 위해 지난달 14일 열린 제242회 임시회가 표면적 이유로 알려졌다.
「한」·「국」 소속 8명 의원들은 김윤식 시장이 시의회가 2017년도 본예산 심사에서 적법하게 편성한 ‘어린이집 공제보험료 지원’ 1억 원 등 수정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하지 않자 김영철 의장에게 임시회를 개의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의장이 개의를 강행하는 등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김영철 의장이 2016년도 하반기 의원워크숍 추진, 일본 하치오시 의회 방문 등 중요 행사가 취소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시의회 위상을 실추시키고 의회사무국 직원 인사와 관련해서도 의장의 인사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등 의회사무 감독에도 소홀해 현재 의장체제로 원만한 의회 운영이 어려워 ‘의장 불신임’을 제출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8명 의원들의 주장은 수적 우위를 앞세운 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최소한의 소통조차 거부한 폭거와도 같다.
특히, ‘의장 불신임안’은 제7대 시흥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쌓인 의원들 사이의 앙금이 걸러져 옅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고여 끝내는 깨쳐버릴 수 없이 단단하게 굳어진 가운데 상대를 끄집어 내리고 상처를 후벼 팔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던 중 표출된 이합집산 패거리 정치의 산물일 뿐이다.
‘의장 불신임안’ 당사자인 김영철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단합·화합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불신임 사유에 대해 나 자신도 부족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지만 단합과 화합은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고 소통은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김영철 의원은 “임시회 개최는 지방자치법 제45조에 의거, 단체장이나 의원 1/3 이상이 소집을 요구하면 15일 이내에 회의를 열어야 하는 것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수정예산 미집행에 대해서도 시 집행부를 상대로 조속집행을 촉구, 경고했다. 예산집행 여부는 집행부의 권한인데 이를 ‘의장 불신임’ 사유로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적 소송을 통해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개인의 명예도 회복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장 불신임안’은 안건 성립 요건이나 절차 등을 떠나 시흥시의회 12명 재적 의원의 1/4(3명)이상이 발의하고 재적 의원의 과반수(7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따라서 12명 중 4명뿐인 더민주당 의원들이 ‘정당성이 결여됐다거나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제아무리 발버둥치고 항변해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시흥시의회 8명의 의원들은 그 때문인지 더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김영철 의원의 ‘신상발언’ 기회도, 안건 처리와 관련한 ‘무기명 비밀투표’도, ‘정회 요청’도 모두 다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회의를 진행, 8명 의원들이 얻고자 했던 ‘의장 불신임’을 원안대로 처리했다.
한마디로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의회에서 민주적인 절차는 사라졌고 ‘소통’은 지나는 동네 개에게나 줘버린 모습이다.
민주적 절차는 ‘대화와 토론’이다. 민주주의는 어떤 개인, 어느 한 집단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다수가 대화와 타협으로 어떤 문제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도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힘들 때는 마지막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서 결론을 내는 것이 ‘민주적 절차’이다.
시흥시의회 다수의 힘이 첫 번째로 동료 의원을 겨눠 참담하게 끌어내렸고 그 다음은 아마도 시 집행부를 겨눌 것이다. 8명의 시의원들은 드러내놓고는 아니지만 속으로는 ‘다수의 힘을 지닌 우리의 심사를 거스른 자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더 이상 시흥시의회에서는 ‘민주적 절차, 소통, 동료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지 모른다. 오늘 시흥시의회에서 벌어진 다수의 힘을 빌은 폭거와도 같은 의사진행을 시민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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