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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을 힘들어 한다. 몸이 차가운 편이어서 겨울을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초등하교 다닐 때면 십리 길의 먼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추운 날에 학교에 갈 때면 옷도 변변치 못하고 신발도 추운 신발이었다. 장갑도 없어서 맨손을 주머니에 넣고 웅크리고 학교에 갔다. 학교에는 난방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난로 가까이에 있는 몇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교실이 추웠다.
그 때 내가 가장 힘들어 했던 것 중의 하나는 추울 때 관리를 잘 못하면 장지손가락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하얗게 죽어가는 것 같으며 저려오기도 했다. 그러면 그 손가락을 녹이려고 손가락을 입에 넣기도 하고 가슴에 넣기도 하며 손을 풀어보려고 힘썼다. 그런 경험들이 겨울을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한참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는 봄이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데 반드시 겨울은 지나가고 봄은 오게 마련이다. 겨울이 있어서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 겨울을 견디는 사람이나 나무나 동물이 더 강하고 장수한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는 길에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가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고 한다. 이듬해 봄이 되었다.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가지와 잎은 한국에서 보다 무성했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첫해라 그런가 보다 여겼지만 2년째에도, 3년째에도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한국처럼 혹한의 겨울이 없는 호주에서는 개나리꽃이 아예 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온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것은 전문용어로 ‘춘화현상’이라 한다. 튤립, 히아신스, 백합, 라일락, 철쭉, 진달래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 인생은 마치 춘화현상과 같다.
눈부신 인생의 꽃들은 혹한을 거친 뒤에야 피는 법이다. 그런가 하면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에 비해 가을에 파종하여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의 수확이 훨씬 더 많을 뿐만 아니라 맛도 좋다는 것이다.
인생의 열매는 마치 가을보리와 같아서 겨울을 거치면서 더욱 풍성하고 견실해진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생의 겨울을 이겨내는 에너지를 ‘역경지수(AQ·adversity quotient)’라고 한다. 특별히 이스라엘 심리학자들은 지능지수(IQ), 감성지수(EQ)와 함께 역경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민족적으로 더 많은 시련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연구실험을 해보면 인생의 자아실현은 지능지수의 영향이 20% 정도라면 감성지수가 40% 정도 그리고 역경지수가 40% 정도 좌우한다고 한다. 감성지수와 함께 역경지수 자아실현을 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데 더 중요한 영향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역경지수는 결코 교실에서 강의를 들으며 배우는 것이 아니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듯이 혹독한 시련과 역경을 통과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역경지수이다. 그래서 역경지수를 잡초와 같다고 한다. 논밭의 작물들은 가뭄이 오면 쉬이 말라버리지만 잡초들은 가뭄이 와도 생생하다.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민들레 같은 작은 로제트 식물들은 땅 밑으로 무려 1m나 깊이 박혀 있으며, 마치 우엉처럼 두꺼운 뿌리를 펼치고 있다.
‘메귀리’라는 잡초는 수염같이 가늘고 긴 뿌리를 뻗는다. 한 포기의 수염뿌리를 모두 연결해보니 무려 500㎞가 넘었다고 한다.
이처럼 뿌리는 가물어 수분이 부족할 때에 물을 찾아서 깊고 길게 뻗어나가는 것이다. 인생의 뿌리도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역경을 만나게 되면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
겨울이 있어서 힘이 들지만 겨울 때문에 역경지수가 발전하고 시련을 이기는 에너지가 풍부해서 인생을 더 성공적으로 살 수 있다면 겨울도 시련도 고마운 것이다. 봄은 오고 있다. 봄이 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춘화현상처럼 매서운 추위를 잘 이기면 봄에 더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다. 더 맛나고 풍성한 열매도 기대할 수 있다. 여러 가지 힘들고 혼란한 시대이지만 봄이 오고 있으니 잘 이겨내고 더 아름답고 맛난 결실을 바라보며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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