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고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1년 전 이즈음 필자는 본란을 통해 ‘2016년 새해 다짐이 12월 마지막 날 후회로 얼룩지지 않게 지혜와 열정으로 모든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임할 것’을 피력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들의 시간은 어떠셨는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세속에 통달했다면 모를까, 어찌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아마도 후회 적은 삶이라는 것이 그나마 적당한 표현일 듯싶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미련에 사로잡혀 후회로 세월을 보낼 수만은 없다. 오늘 떠오른 태양은 질 것이고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매년 새해를 맞아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삶이 진일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삶의 목표나 목적이 없고 가치 중심이 없다면 하루를 살든 백년을 살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
2017년 ‘붉은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시흥신문 여러 독자님들과 또 다시 다짐하고 마음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은 지나온 삶보다 앞으로의 우리 삶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서이다.
천간지지에 의하면 정(丁)은 약한 여름과 불(火)을 상징하며 역시 붉은 색을 의미하고 유(酉)는 십이지(十二支) 중 열 번째 동물인 닭으로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를 뜻한다.
닭은 촉야(燭夜)로서 어둠 밝히고 새벽을 알리는,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태양의 새이다. 동서고금이나 종교를 떠나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예지와 여명, 부활을 통하여 깨우침을 알게 하는 신성함의 상징인 닭은 ‘희망’의 메신저이다.
‘붉다’는 것은 ‘밝다’는 뜻이기도 해서, 정유년(丁酉年)을 ‘밝은 닭의 해’라고 볼 수 있는데 ‘밝다’는 것은 사람에게서는 ‘총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유년(丁酉年)을 ‘총명한 닭의 해’라고 표현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총명(聰明)’의 ‘총(聰)’은 ‘귀가 밝다’, 명(明)은 ‘눈이 밝다’는 뜻으로 귀와 눈이 밝게 되면 자신도 어둡지 않을뿐더러 주변까지 밝게 한다.
십이지 동물 중에서 닭은 유일하게 날짐승인데 하늘을 날 수 있는 재능이 줄어들면서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땅에서 주로 살고 있지만 늘 고개를 하늘로 향하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늘에 외친다.
그러다보니 유일하게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상상의 동물인 용과 가장 친한 동물로 닭이 비유되기도 하는데 용이 상상력을 펼치면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닭이 하게 된다고도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를 맞아 전국 140만여 개의 지명을 분석한 결과, 닭과 관련된 지명은 총 293개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집계된 십이지(十二支) 관련 지명 가운데 용(1,261개), 말(744개), 호랑이(38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어둠을 젖히고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와 관련된 대표적인 지명은 ‘계명(鷄鳴)’으로 충주시 ‘계명산’, ‘계명봉’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지명으로는 경북 봉화군에 있는 ‘닭실마을’로,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내와 넓게 펼쳐진 들판이 ‘황금 닭이 알을 품은 모습’을 닮은 것에서 유래됐다.
닭의 볏, 머리 등 주요 생김새와 모습을 닮은 지명으로는 독도의 동도 북서쪽에 있는 ‘닭바위’가 있고 닭발을 닮았다는 ‘계족산’,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을 닮았다는 ‘계룡산’ 등 닭의 모습과 관련된 지명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을 만큼 닭은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한시외전(韓詩外傳)에는 닭의 붉은 벼슬은 ‘문(文)’, 날카로운 발톱은 무관의 위엄인 ‘무(武)’,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은 ‘용(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불러서 함께 나눠먹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춰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이라 하며 닭이 오덕(五德)을 구비했다고 한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맞아 장자(莊子) 외편(外篇) 달생편(達生篇)에서 유래한 ‘목계지덕(木鷄之德)’의 교훈을 적는다.
세상에서 가장 잘 싸우는 닭은 자신의 힘만 믿는 교만함 가득한 닭도 아니고, 교만함과 조급함을 버리고 진중함을 갖춘 닭도 아닌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겸손과 여유로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닭이 진정한 투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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