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시 정부가 제출한 ‘2017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 사보고서를 의결하는 과정에서 시 집행부가 ‘부동의’ 입장을 표명, 재심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 집행부는 내년도 예산안 1조6061억 원을 제출했고 시의회 상임위 예비심사를 거쳐 지난 8~13일까지 예결특위에서 본심사를 통해 55건 100억6598만원을 삭감하고 15건의 57억8천여만 원을 증액했다.
시의회는 지난 14일 제240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예결특위가 심사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의결하고자 했으나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 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제127조 제3항에는 규정에 따라 수정예산안에 대한 시장 의견 청취 과정에서 김윤식 시장이 ‘부동의’ 입장을 표명했다.
김윤식 시장은 예결위의 수정예산안에 대해서 삭감·수정 부분에서 공히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법률적 시비가 생길 소지가 있기에 의원들께서 조금 더 숙고해 주기를 건의한다며 ‘부동의’ 입장을 밝혔다.
시의회 예결특위가 삭감한 예산 중 문제소지가 있는 부분은 ‘문화도시기획단’ 사업비 21억6천만 원 전액과 ‘시흥산업진흥원’ 출연금(운영비 포함) 17억 원 전액이다. 또한 일부 주민참여예산 삭감 부문도 논란의 대상이다.
또한 예결위는 시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시민축구단 홍보비’ 6억 원→10억 원, ‘장기미집행대지보상 특별회계 전출금’ 10억 원→20억 원, ‘주민숙원사업비’ 5억 원→12억 원 등 기존예산보다 증액하거나 ‘어린이집 안전공제 보험비’ 1억 원, ‘오이도 공영주차장 확보 조사 용역비’ 3억 원, ‘정왕본동 공영주차장 조성비’ 15억 원, ‘새마을회관 리모델링비’ 4억 원 등을 신규로 설치해 논란의 소지를 자초했다.
‘어린이집 안전공제 보험비’는 지자체 임의로 지원할 수 없고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수립할 수 있는 예산이다. 또한 용역비는 용역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수립이 가능하고 유관단체인 새마을회의 회관 리모델링 예산을 임의로 수립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시의회는 또 주민숙원사업비를 각 의원마다 1억 원씩 증액했는데 이는 시의원 지역구에서 생색을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특히, 시민축구단 홍보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은 위태위태한 외줄타기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의회에서 이미 동의해 편성한 시 정부의 각종 협의회 분담금을 삭감하는 것은 심도 있는 예산심의라기 보다는 ‘구색 맞추기 식’이라는 지적이다.
예결특위의 예산안 심사와 관련 부서들은 ‘예산 심의라는 것이 담당부서의 정책 설명을 듣고 그에 대한 질의를 통해 삭감·증액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어느 부분은 일체 언급도 없다가 삭감되기도 했다’라고 푸념 하고 있다.
예산심의권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 중 하나로 시 정부에서 제출된 예산안을 의회가 심사·확정하는 행위이다.
예산안 심사는 각 상임위원회별로 해당 부서의 정책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는 등 예비심사를 거쳐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회부된다.
예산안에 대해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거치고서 또 다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종합심사를 하는 것은 예산을 확정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을 기하려는 것도 있겠으나, 그보다도 예산을 객관적으로 심사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의회에 제출된 예산안의 수정에 관하여 아무런 헌법상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의회가 정부예산안에 대한 삭감은 물론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목을 설치할 수 있다. 즉, 미국의 의회는 예산안 수정권을 가짐과 동시에 예산안 발의권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영국의 의회는 예산안에 대하여 삭감권만 가지고 있고, 정부의 동의 없이는 지출예산의 각 과목 금액을 증가시키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
2017년도 시흥시 예산안 심사와 관련한 시의회 예결특위의 심사결과만 보고 있자면 시의회가 거의 초법적 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예결특위에는 초·재선은 물론이고 3선의 의원도 포함됐다. 과연 이들 예결위원들이 예산심사 기법이나 법조항을 몰라서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하고 증액하거나 신규로 설치했을까.
‘시 정부가 제출한 예산 중 삭감한 부분을 살려줄 테니 시의회가 증액 또는 신규 설치한 예산도 수용하라’는 식의 예산심의는 시민혈세를 ‘주머니 속 쌈짓돈’ 취급하는 격이다.
제7대 시흥시의회가 보여 준 작금의 행태는 ‘무소불위’, ‘초법’, ‘시민도 안중에 없는 의회’처럼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이 비단 필자 뿐 아니라는 것을 시의회는 아는가 모르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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