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붉은 원숭이의 해가 벌써 기울어 가고 있다. 올 한해는 내내 우리 마음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사건들로 점철된 한해다. 해가 바뀌자마자 1월 초 북한 김정은 정권은 4차 핵실험을 했는데, 수소폭탄 실험이라고 해서 나라 전체가 몹시 뒤숭숭한 마음으로 긴장하였다.
신춘이 되면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실시되었고 공천과정에서 친박·비박 계파의 다툼으로 국민 눈에 좋지 않게 비쳐진 여당은 총선에 실패하여 정치 주도권을 잃게 되었다. 6월에 이르자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선택하였다.
이로 인해 국내외 주식 시장은 휘청거렸고,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는 영향 속에 우리나라의 경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국민들의 우울증을 심화시켰다.
유난히 길고도 무더운 여름 날씨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사용이 늘자, 가계의 전기요금 누진제가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매스컴에서는 누진체계에 대한 개선 논의가 활발했고 정부는 7-9월 전기요금 할인과 요금체계의 개선을 도모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정부의 단과대학 지원 사업을 받는 미래 라이프 대학의 신설 문제로 무더위 속에 학생들이 반대농성을 지속했다. 학교 측의 비민주적 설립 추진과 대학의 산업화 및 교육의 질 저하등의 문제점이 노정되자 다른 대학 학생들도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와중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제31회 올림픽이 열렸으며 지카 바이러스 공포와 대회 준비 미숙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9월로 접어들자 북한에서 5차 핵실험을 단행하였고 그런 와중에 경주에서는 진도 5.1이라는 초유의 큰 지진이 일어났고 수백회에 이르는 여진이 이어졌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공직사회 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회식 및 경조 문화에 일대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했으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를 움직이는 두 축이라고 한다. 따라서 지금이 향후 국제 정세판의 변화에 대응하는 정치력과 외교력을 발휘할 적기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권위를 상실해 버리고 무기력에 빠져 있다. 더욱 경악할 일은 그 단초가 지금부터 수 십 년 전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때부터 뿌리가 나서 오랜 기간에 걸쳐 대통령을 완전히 옭아매 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거대권력을 등에 업고 휘두르는 무법자들에 의해 발생한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 이들의 협박, 공갈에 당한 피해자들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는 걸까?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수백만의 시민이 질서 있게 진행하는 촛불집회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준엄한 심판이다. 2016년의 마지막 자락에서 지나온 날들을 무거운 마음으로 뒤돌아보면서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광화문 광장의 무수한 촛불들은 국민들에게 주는 새로운 희망이라고 느끼며 암울한 가운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