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을 의뢰받은 국내 유수의 여론조사전문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방의회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을 통한 지방의회 청렴수준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선심성 예산 심의 여부’, ‘이해관계를 벗어난 객관적 심의·의결 여부’, ‘의원으로서 권한 남용 여부’, ‘연고 관계에 따른 업무처리 여부’, ‘직무 관련자들에게 알선·청탁이나 특혜 요구 여부’, ‘외유성 출장 여부’, ‘민주적인 의회 운영 여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 등 약 7~8개의 질문이 주어지는 동안 필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고 답할 수가 없었다.
20년 넘게 지역 언론인으로 지방의회를 지켜 본 필자는 주관적 판단이지만 지방의회 존재 필요성에 의구심이 들곤 한다. 필자의 생각은 또한 지방의회와 불가분 관계에 있는 공직자들의 의견과 대동소이하다.
그만큼 지방의회는 본격적인 출범 25년이 넘도록 여전히 주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방의원의 자질·역량 평가에 의원들 스스로도 자신 있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행동강령 이행실태 점검을 받지 않았거나 청렴도 순위가 낮은 광역·기초의회 4곳을 선정해 ‘행동강령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부적정한 사례가 다수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 점검결과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이 지자체 집행기관의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자신이 속한 의회 상임위원회와 직접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함으로써 지방의회의 스스로가 자치단체 견제기능을 약화시키고 이권에 개입할 여지를 남겨 놓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의회의원의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및 외유성 국외출장 행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은 지방의회의원 소속 상임위원회 직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을 회피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번 점검 결과 지방의회의원이 여전히 지자체 집행기관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고 있어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이권 개입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이번 점검에서 지방의회의원들이 업무추진비 사용이 제한된 장소(주점 등)나 시간대(23시 이후)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 등 업무추진비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은 유흥주점 등 의무적 제한업종이나 통상적인 업무추진과 관련성이 적은 시간대에는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지방의회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이 정한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범위를 벗어나서 동료 의원 및 의회사무처(국) 소속 직원의 자녀 수능 격려, 개업 축하 등 명목으로 찹쌀떡이나 꽃바구니 구입 등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고 일부는 지역 내 사적 모임 성격의 기관장 모임에 분담금·연회비를 납부하거나 동료 의원끼리 명절 선물로 주고받는 나눠먹기식 집행사례도 확인되었다.
게다가 지방의회의원들은 국외출장시 관계기관 방문 등 공식 교류 없이 단순 유적지 위주로만 답사해 외유성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주민들은 민의를 반영하고 집행기관을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원에게 보다 높은 청렴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의원이 준수해야 하는 행위기준인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이 2011년 2월부터 대통령령으로 시행되고 있고 국민권익위는 각 지방의회가 해당 의회의 특성에 맞는 세부적인 지방의회별 의원 행동강령을 제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의원 행동강령 조례를 제정한 의회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128개(광역 16개, 기초 112개, 52.7%)에 불과하다. 시흥시의회 역시 ‘의원 윤리강령’으로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대신하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위축시킬 수는 없지만 정도를 넘어선 의원들의 ‘갑질행태’는 개선되어야 한다. 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자료를 요구하거나 억지 트집 등은 ‘길들이기 식’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지방의회의 존재 의미는 주민의 신뢰 속에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지 가당치도 않은 중앙정치판 답습이 아님을 시흥시의회만이라도 깊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