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6월 시흥시와 서울대학교가 ‘시흥캠퍼스’ 조성과 관련해 최초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7년 2개월여 만에 드디어 법적 구속력을 지닌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실시협약이 지난 22일 체결됐다.
참으로 오랜 시간을 끌어왔고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는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철 마다 단골메뉴로 써먹는 공약(公約)아닌 공약(空約)”이라며 시흥시 집행부나 정당후보간 맹공을 퍼부었고 심지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서울대우롱대책위’라는 유령단체까지 출몰했다가 관련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시흥시의회는 2014년 2월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시흥 군자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지역특성화사업 동의안’에 대해 당시 이귀훈 의장이 직권 상정해 원안 의결하는 과정에서 정당이 다른 의원들끼리 의회 본회의장에서 난투극 직전의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에 이르게 됐다.
지난 22일 서울대와 경기도, 시흥시, (주)한라 등 4자가 사인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은 이제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의 본격적 시발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또한 서울대학교와 시흥시, 지역특성화사업자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고 서울대학교가 본 사업의 공식적인 파트너로 시흥캠퍼스 조성 등에 의무와 권리를 지닌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서울대는 학내 구성원들과 협의를 통해 시흥캠퍼스의 발전 방향을 구체화 시켜 나갈 예정으로 이를 위해 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첨단 연구 및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갈‘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가칭)’을 구성하여 발전계획을 수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실시협약 체결 다음 날인 23일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시흥캠퍼스 철회를 위한 학생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반발하며 ‘실시협약 체결 철회’ 요구와 함께 개학 직후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는 대학본부와 총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기관 대 기관이 체결한 실시협약이 쉽게 철회될 수는 없다는 사실쯤은 학생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시흥시 역시 오랜 시간 무엇보다 인내와 끈기로 기다려 준 시민들과 시의회를 비롯해 공무원, 서울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모든 사업과 계획은 시민여러분과 함께 의논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시민협의회를 만들고 서울대와의 공동협의체도 구성·운영하면서 시흥시의 발전과 서울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관련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시협약에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를 자연과 공존하는 친환경 캠퍼스로 조성하며, 기숙과 교육을 병행하는 전인교육형 캠퍼스로 조성하겠다는 기본 원칙이 담겨있다. 시흥캠퍼스는 올해 하반기 착공을 시작으로 2018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또한 실시협약에는 공교육 발전 및 시흥시 의료 환경 개선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지난 2월 맺은 협약에 따라 추진 중인 서울대 시흥 시험수조 연구센터는 실시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어, 오는 9월 인허가 및 11월 착공을 통해, 오는 2018년 개원할 예정이다.
혹자는 이번 실시협약 내용에 기존 논의됐던 ‘기숙형 대학’ 이나 ‘병원, 연구센터 건립’ 등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기에 ‘빈껍데기 실시협약과도 같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서울대학교 학내 분위기 등을 감안해 협약 체결 사진촬영이나 그 어떤 퍼포먼스도 자제하고 보도자료로 대체한 것일 뿐 알맹이 없는 협약은 아니다. 이미 서울대와 시흥시가 ‘시흥캠퍼스’ 조성과 관련 상당부분 의견 접근한 내용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기에 서로가 잠시 접어두고 있을 뿐이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서로가 논의·협상해가면 만들어 내야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이제는 정치권이나 시민사회에서 비난보다는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흥시 역시 그간 가슴 졸이며 누군가의 ‘눈치 아닌 눈치’를 봐야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나서고 보다 투명한 공개행정으로 시민들이 만족하고 시흥시의 미래를 바꿀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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