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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많은 이들은 산과 바다, 계곡으로 떠났다. 필자는 이번 여름에는 여차여차하여 별다른 휴가를 계획하지 못했다. 도서관이나 시원한 공공장소, 혹은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다운 받아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또한 쏠쏠한 재미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것 또한 휴가이고 ‘일탈’이라면 일탈일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일탈’을 ‘이탈’과는 다른 ‘잠깐 동안 벗어나 있는 재창조의 시간’으로 부정적이 아닌 긍정적 의미로 해석하고자 한다.
물리학 용어인 ‘클리나멘(Clinamen)’이라는 멋진 표현이 떠오른다. 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kouros,BC342~BC271)가 주어진 관성적 운동에서 벗어나려는 힘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자신의 고유한 속도는 그 중력을 이기는 힘, 중력을 벗어나는 힘에 의해 정의되므로, 중력이나 관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보며, 그 벗어나려는 힘을 ‘클리나멘’이라고 부른 것이다. 들뢰즈/가타리도 단순한 도망이나 도주 혹은 파괴나 해체 등의 부정적인 힘이 아니라 관성, 타성, 중력 등에서 벗어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탈주’라고 정의하며, 클리나멘을 ‘탈주’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이 ‘탈주’의 개념을 ‘일탈’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그럼 오늘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이 클리나멘이란 개념은 어떻게 설명이 될까? 위에서 설명한 휴가와 일탈을 떠올린다면 이 개념이 잘 이해가 될 것이다.
“여행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가 로마에 도착한 날에 로마시대에 건립된 원형극장의 위용에 대해 이렇게 감탄한 것도 잠깐의 일탈을 통하여 새로운 경외감에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주어진 틀을 좀 벗어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의식과 생활, 문화 등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잘 알다시피 문학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미학에서는 인상주의, 다다이즘으로, 음악에서는 재즈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다.
우리 인간은 부지불식중에 기존 질서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는, 조금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하여 동경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선한 충격이란 형식적으로는 ‘일탈’이란 단어로, 내용적으로는 ‘재충전’이란 단어로 설명이 될 것이다.
이제 눈을 우리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 돌려 보자. 즉 신선한 충격과 경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얼마만큼 평소 일상에 충실해 왔는가를 점검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혹은 우리 주변에서, 현실에 지극히 충실했으며 그 결과 위대하게 된 인물들의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치열한 일상에 규칙성을 가지고 충실했던 위대한 인물들의 뒷얘기들을. 철학자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1766년 독일 쾨니히스베르그 대학에서 교수활동을 시작한 이후, 1796년 은퇴할 때까지 아침 식사로 차 두 잔, 오전에 연구와 강의, 집필, 오후 5시에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마을 사람들이 칸트가 지나가는 것으로 보고 시간을 맞추었다고도 한다.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진은 한 해 토슈즈를 250켤레나 사용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그녀의 연습의 뒤안길은 피와 고름이 엉킨 토슈즈와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변하여 간’ 발가락으로 대변되고 있다.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의 일화를 들어보자. 중학교 때의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트리플 러츠를 연습하는 것을 세어 보았는데, 10회, 20회, 50회, 65회까지 세고는 더 이상 세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열세 살 나이로 줄리아드 음악원에 들어간 이후, 마침내 이반 갈라미언 문하에 들어갔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정경화는 오로지 연습에 피와 땀을 쏟아 세계적 정상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소위 훌륭하다고 인구에 회자되는 인물들의 공통된 특징은 지독스런 ‘규칙성을 가진 연습광’이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규칙적인 일상 뒤에서야 찬연한 영광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그 일상의 과정에서 누리는 잠깐의 ‘일탈’이야말로 진정한 휴가가 아닐까? 멋진 휴가를 보내기 위하여, 진정한 일탈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에 먼저 치열한 일상 속에 빠져 있어야 할 것이다. No Cross, No Crown!이라 했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 경구 앞에 우리는 좀 더 겸허해져야 할 것이리라. 클리나멘의 휴가, 설레는 ‘일탈’, ‘재창조의 시간’을 가져보자. 클리나멘, 오! 아름다운 ‘일탈’의 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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