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이나 고령 독거노인 등 사회보호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예산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건립한 영구임대아파트.
국토부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제35조(사회복지관)제1항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의 영구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거주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최소 100㎡ 이상(100~300세대), 최대 3천㎡ 이상(5천세대 이상)의 사회복지관을 건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목감택지지구 A1BL 목감7단지는 영구임대 402세대, 국민임대 354세대 등 총 756세대로 구성된 임대혼합형이다.
이에 LH는 705동 1층에 620.32㎡(188평) 규모의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했고 지난해 9월 시흥시에 사회복지시설 인수를 요청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LH가 건립한 사회복지관은 말이 사회복지관이지 덜렁 건물에 공간만 배치하고 사회복지관으로써 기능을 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내부 시설이 구비되지 않았다.
건물 외부에는 무료급식소, 공동작업장 등의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내부는 그 어떤 비품이나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은 채였고 현재 일부 공간은 건설사 사무실과 자재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LH는 사회복지관 공간만 마련한 채 시흥시에 인수인계를 요청했고, 시흥시는 LH의 요청이 있고 나서야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사회복지관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흥시로서는 황당한 LH의 인수인계 요청을 곧바로(지난해 10월) 거부했다. 더구나 시흥시는 목감7단지 주변에 사회복지관 건립(2021년 준공 목표)을 계획하고 있어 LH가 건립한 사회복시설을 인수해 운영할 경우 비슷한 시설에 예산이 이중으로 들어간다며 시설 인수인계 거부이유를 설명했다.
LH의 요구대로 만약 시흥시가 목감7단지 사회복지설을 인수해 운영할 경우 매년 6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는 엄밀하게 따져 정부예산으로 LH가 건립한 영구임대아파트에 들어선 사회복지시설 운영 주체는 LH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LH가 사회복지시설 공간만 마련하고 운영에 필요한 그 어떠한 시설 구비나 지원 없이 해당 지자체에 인수를 요청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 시흥시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LH는 관련 지침에 따라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하고 ‘영구임대주택단지안의 복리시설 중 사회복지관을 관할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무상으로 사용하게 할 수 있다’는 관련 규칙에 의거, 시흥시에 사회복지시설 인수인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해 9~10월 LH와 시흥시 간 목감7단지 사회복지시설 인수인계 논의가 있은 지 9개월여가 지나도록 양 기관은 이와 관련한 재논의 없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을 맞았고 결국 9개월여 간 방치되며 사회복지시설이 운영되지 않음으로써 그 직접적인 피해가 이곳에 입주하는 중증장애인 및 고령 독거노인들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목감7단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입주 후 보름동안 구급차가 4번이나 출동했고 집에서 나오는 방법을 모르거나, 집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아 직원들이 초긴장 상태라고 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SK그룹의 기부금 1000억 원 등을 재원으로 저소득 노인계층을 위한 ‘공공실버주택’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영구임대 아파트 내 1개 동을 복지동으로 꾸며 물리치료실, 24시간 돌봄시설, 텃밭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도 상주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시흥 목감지구 204가구를 포함해 화성, 수원 등 경기 7개 단지 총 1181가구 단지 내 복지동 1~2층에 단지별로 사회복지관을 연면적 501~1302㎡로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영구임대아파트 내 사회복지시설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공공실버주택’이라니. LH는 목감7단지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져야한다. 그러고 난 뒤에 시흥시 등 해당 지자체와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사회복지시설 인수인계를 논의해야 한다.
정부 예산이든 지자체 예산이든 국민(시민)들의 소중한 혈세이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사회복지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LH와 지자체간 ‘핑퐁게임’으로 중증장애인이나 고령 독거노인 등이 복지사각지대의 나락으로 떨어져서야 될 말인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의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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