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 조성을 기대하며)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아 국민에게 불편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하고 국가재정에 손실을 가져오는 업무행태, 이른바 ‘소극 행정’ 공무원들이 앞으로 ‘철밥통 공무원’으로 공직사회에서 버티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조직을 ‘철밥통 조직’으로 보는 시각은 ‘불법 저지르지 않고 비리 없이 자리만 잘 지키고 있으며 정년까지 이상 없다’는 수동적인 공무원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인지 일부 공직자들은 ‘감사 지적 안 받고, 상사한테 욕 안 들어 먹으려면 괜히 나대지 말고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하고 한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자조 섞인 한탄도, 수동적 태도가 더 이상 공직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인사혁신처가 위에서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자신의 권한이나 의무를 소극적으로 해석해 그 이상의 적극적, 능동적, 그리고 소신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공직사화에서 퇴출하는 내용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사회의 뿌리 깊은 복지부동에 대한 쇄신을 위해 소극적 행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불이익을 받도록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개정안 주요 내용은 직무 태만과 소극 행정을 별도 규정해서 그런 것들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부작위에 대해서는 공무원이 이행할 의무사항, 직무상 의무가 있는 데도 상당 기간 일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4분기 행자부 공직 감찰 결과 106명의 공무원에게 징계 요구를 했지만 그 중 83명에게만 ‘주의’ 조치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나마 행자부가 이런 징계를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대개 권고에 그쳐서 지자체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징계 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비유해 공직사회가 아무 일도 안 해도, 그냥 징계 안 받고 진급에도 지장이 없는 지경인데 작년도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이 57.8%가 되는 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주민의 편에서 말 그대로 ‘공복(公僕)’을 자처하며 열심히 일 하고 능동적으로 자기 일을 찾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의 궁극적 개정 취지는 공직사회에 소극행정을 엄단하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적극적인 업무 처리 시 표창하거나, 징계를 감경하고, 과실에 대한 면책은 확대하는 방향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개정안이 긍정적이지만, ‘소극행정’ 개념이 모호하고 적용 과정에서 상급자의 자의적 판단 여지도 있어 구체적 기준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한 적극 행정의 포상 기준도 단순 수치나 결과 위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이번 징계제도 개선을 통해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징계 등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거나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소신을 갖고 능동적으로 일하는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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