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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하기 좋은 계절이다. 봄바람과 함께 어울리는 단어이다.
귀향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따라온다. 그런데 귀향(歸鄕)이 아니라 귀향(鬼鄕)이다. 곧 ‘위안부들의 넋을 고향으로 부른다’라는 의미이다.
영화제목과 같이 있는 이미지! 한복을 차려입은 두 소녀의 포스터는 다 말하지 못한 깊은 한과 사연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3.1절, 가족들 몇 명과 영화를 보기로 했다.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의미 있는 영화를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며 선택한 것이 ‘귀향’이었다.
‘귀향’은 위안부 출신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근거로, 위안부로 끌려간 14세 정민(강하나)과 영희(서미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재일교포들의 현장감 있는 언어 사용과 14세 소녀들의 향토적 언어로 현장감을 더한다.
살아남은 위안부 영옥(손숙)과 현재 성폭력 피해자 무녀 은경(최리)이란 소녀가 등장하며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고 있다.
이 회상-병치 기법은 감정적 충격을 상대적으로 거리를 두어 예술적 장치로 승화시키는 탁월한 효과를 준다.
또한 처참한 성적학대 장면, 폭행장면, 살해 장면 등에서 극단적이고 직접적인 충격이 조금은 완화되도록 관객들을 최대한 배려한 면도 읽을 수 있었다.
가해자 측에 있는 일본인들에게도 감정적 자극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 인간적인 고뇌를 제시한 면에서도 제작 관련자들의 깊은 심중을 읽어 낼 수 있었다.
‘귀향’은 영화사에 남을 만한 진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자금조달관련 14년의 제작기간, 75,270명의 클라우드 펀딩(cloud funding, 군중투자), 재능기부 배우들, 개봉 12일 만에 관객 260만 명을 돌파한 점 등이 그렇다.
시민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관객 수가 손익 분깃점인 60만 명의 몇 갑절을 뛰어넘었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민족애, 인간애에 근거한 결단’을 참으로 잘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이 영화의 뒤안길을 들여다본다. 이 영화 뒤에는 조정래 감독이 있다.
조감독은 2002년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정신과 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이를 영화로 만들려고 결심했다고 한다.
전셋집을 월셋집으로 옮기고, 재산을 팔고, 대출을 받는 감독과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제작에 재능기부한 기록도 빼 놓을 수 없다.
명량’의 총격신 사용, 재일교포배우들의 자비 항공비 부담 참여, 개런티 없이 출연한 국악인들,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헌신적으로 열연한 김구선생 외증손 임성철 PD의 역할 등도 소중한 일면들이다.
한편 “한겨레 21”의 송호진 기자의 역할이 컸음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귀향’이 투자자들이 없어 표류한다는 소식에 20여개월 동안 31건의 기사를 올려 12여억원의 ‘뉴스펀드’를 이끌어 내었다.
소녀상 철거에 관련된 시린 마음, 위안부 할머니들이 배제된 일본과 우리나라 정부간의 씁쓸한 협상, 20여 만 명의 끌려간 소녀 중에서 238명만 살아 왔으며, 현재 46명만 살아있다는 사실, 차츰 사라져가는 할머니들의 가슴에 내려앉아 있는 이런 찬서리를 어떻게 걷어 낼 것인가?
벗어 던질 수 없는 한들이 혼령이 되어 서럽게 오고 있다. 슬픈 곡조와 몸짓으로 鬼鄕하고 있다.
동시에 한(恨)들은 훈훈한 바람으로 다시 태어나서 대한민국의 대기를 달구고 있다.
감독과 시민과 언론이 협력하여 대한민국과 전 세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귀향은 고공행진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트(blockbuster) 영화를 제치고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000만 관객 고지에 이르도록 이 바람이 계속되기를 소망해본다. 할머니들의 가슴에 맺혀진 응어리를 녹아내리게 하는 포근하고 시원한 봄바람으로서 말이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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