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는 문화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도시다. 바다와 숲이 어우러지고 낙조가 아름다운 작은 포구들과 섬들이 그림처럼 널려 있는 시흥은 대도시와도 인접해 있어 사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생태관광도시로서의 풍부한 조건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이 활발하게 꽃필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월30일과 10월1일 이틀간에 걸쳐 월곶에서 펼쳐진 제2회 시흥예술축제는 시흥 문화예술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다. 시흥예총이 주관한 이번 제2회 시흥예술축제는 사진전과 시화전, 가곡의 밤, 현대무용과 전통 국악공연 등으로 다양하고 화려하게 펼쳐져 단연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벌어진 제4회 시흥청소년가요제 역시 전국에서 예심을 거쳐 올라온 결선 진출자들의 불꽃 튀는 경연으로 인해 이 가요제가 이미 전국적인 문화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들 문화예술축제가 수도권의 관광명소로 꼽히는 월곶포구를 배경으로 하여 열렸다는 사실도 커다란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10여년 전 17만여평의 바다를 매립하여 만들어진 시흥시 월곶은 낙조가 아름다운 포구다.
닻을 내린 채 기우뚱하니 멈춰선 고기잡이배들, 한가롭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갈매기떼, 햇볕 좋은 갯벌에 앉아 지친 날개를 접는 철새들. 수인선 철길의 협궤열차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이제는 활기 넘치는 어시장에 넓은 진입로와 주차시설이 들어섰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평일에는 1만5천여명, 휴일에는 3만여명이 싱싱한 해물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다. 월곶포구 건너편 소래포구는 옛 수인선 철교 너머에 있다. 월곶포구는 서해안의 다른 어항과 달리 24시간 50여척의 고기잡이배들이 드나들며 싱싱한 횟감을 부려놓는다.
서해안시대를 열어갈 핵심지구이자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이며 천혜의 전원단지라는 월곶포구는 서울 등 대도시권, 인천 국제교류권, 안양·군포·의왕 등의 산업물류 거점으로 형성되는 삼각지대의 중심에 입지해 있고, 제2경인고속도로를 비롯해 풍부한 교통환경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발전가능성 대단히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시흥은 시화호로부터 시작되는 바다물길과 월곶포구에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갯물길, 물왕과 도창저수지로부터 발원되는 개울물길 등 물길이 많은 도시다. 물길 주변에는 오이도 유적지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갯벌과 염전의 염생식물과 물길이 이루어내는 독특한 식생 등도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흥만의 자랑이다. 이 물길을 따라 생태계와 문화유산,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벨트가 조성된다면 시흥은 생태문화관광 도시로 단연 거듭날 수 있다.
시골의 한적하고 작은 포구였던 월곶은 지금 수도권의 각광받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월곶포구에 인접한 옛 소래염전 일대는 경기 서해안의 마지막 남은 허파이기도 하다. 소래염전은 한반도 최대의 염전이었다. 소랠군자 일대는 본디 천혜의 갯벌이 드넓게 펼쳐졌던 곳으로 최고의 염전 적지였다.
일제는 이곳을 주목했다. 소금은 생필품으로서만 중요한 게 아니라 화약 제조용 군수품으로도 소중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소래염전은 1930년대, 군자염전은 그보다 조금 이른 1920년대 초반에 생겼다. 일제는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이곳에 협궤열차를 부설하고 처음에는 경동철도라 부르다가 훗날 수인선으로 바꿨다. 소래와 군자의 소금은 이 협궤열차에 의해 인천과 수원으로 옮겨져 국내는 물론 일본과 멀리 만주로도 실려 나갔다.
당시에는 수원과 여주 사이에도 경제철도가 있어 이곳의 소금이 여주를 거쳐 내륙 산간지역까지 공급되었다.
우리의 근대의 시작은 이처럼 바닷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시흥시 월곶포구 일대가 생태환경 문화를 여는 터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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