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직자, 이를테면 시장이나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과 같은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자가 최근 취재현장에서 접한 광경을 보면 정치인들이 쌓아야 할 최고의 덕목은 아마도 ‘자기 수양’인 듯싶다.
가당치도 않은 억지 민원, 면전에서 모욕적인 발언, 물세례, 쌍소리 등등을 모두 참아내는 정치인들을 볼라치면 마치 면벽수양 중인 수도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지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금오로(천왕~광명)’ 확포장사업과 관련 김윤식 시장이 과림동을 찾아 주민설명회를 갖던 날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주민들이 “왜 ‘전액 국비 지원’ 요청 등과 같은 엉뚱한 말만 되풀이하느냐”며 김 시장에게 물을 뿌리는 일이 있었다.
이들 주민들은 그것도 모자라 김윤식 시장에게 “올해 안으로 ‘금오로(천왕~광명)’ 확포장사업 착공에 시장 직을 걸어라. 약속을 못 지키면 이 자리에 와서 목을 매든지 하라”며 차마 표현하기도 민망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주민들의 막말에 김윤식 시장은 “그만들 좀 하시라. 저도 집에 가면 엄연한 한 집안의 가장이고 아빠이자 남편이며 노모의 아들이다.”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달 기공식을 가진 신세계사이먼 ‘시흥프리미엄아울렛’ 행사 현장에 “지역 골목상권을 황폐화시킬 대형 아울렛 입점 반대”를 주장하는 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이 행사 내빈으로 참석한 윤태학 시의회의장에게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윤태학, 야 이 XXXX야”라고 쌍소리를 퍼부었다. 당시 윤태학 의장은 애써 욕설을 외면했지만 곁에서 기자가 지켜본 윤 의장의 표정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을 ‘동네 OO’, 아니 어쩌면 그보다 못한 취급을 하곤 한다.
자신들에게 잘해주면 좋은 정치인이고 자기들 맘에 안 들면 막 대하는 유권자들의 의식은 정말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린 주민(유권자)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저 씁쓸한 심정만 가득할 뿐이다.
이희연 기자/j5900@chol.com
이희연 기자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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