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남은 20대 여성들, 이른바 젊은 ‘백조’들이 급증하고 있다.
‘백조’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성 실업자를 가리키는 은어로, 남성 실업자를 뜻하는 ‘백수’에서 파생된 말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취업을 하지 못한 실업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특히 20대 고학력 여성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백조’들은 지금 울고 싶은 지경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울고 싶은 처지에 놓인 계층이 어찌 20대 여성들 뿐이겠는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백수연대까지 결성한 젊은이들의 꿈은 오히려 갈수록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니 ‘사오정’(45세가 정년)이니 하는 유행어가 일반화된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30~40대 한창 나이의 남성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또는 직장을 잃고 집에서 앞치마 두르고 청소기 돌리며 빨래하고 밥 짓는 등의 전업주부로 변신하고 있다.
하물며 가족부양이 끝나지 않은 50대 이상의 가장이나, 취업을 해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의 전업주부들은 일을 하려해도 일자리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일 수밖에 없다.
여성부가 지난달 26일 시흥시 여성회관에서 ‘시흥시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 개소식을 가졌다.
반월·시화공단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시흥시 여성들의 구직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여성부는 이같은 ‘희망본부’를 오는 2010년까지 전국
5개 지역에 연차적으로 설치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시흥 희망본부는 이 가운데 첫번째로 설치되는 것으로, 시범사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시흥 희망본부는 직업교육(사무회계, 품질 및 생산관리, 프레스, 금형기술)과 현장교육, 취업알선 이외에 공단 내 친여성적 문화를 조성해
모범사례로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취업 희망 여성들을 공단 내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취업 후에도 여성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취업설계사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흥 희망본부는 현재 취업교육생 및 취업여성들을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
중이며, 이에 앞서 시흥시는 지난 4월 여성 근로자들이 육아와 가사를 병행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흥시가 운영하는 공단 어린이집을
열었다.
희망본부는 또 야근이나 잔업을 하고 대중교통이 끊어진 늦은 밤 어둡고 인적이 드문 시간에 귀가하는 여성 사원들을 위해 공단 곳곳에 가로등과 폐쇄회로 TV를 설치하고 대중교통 운행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일을 마친 주부사원들의 저녁거리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저렴한 가격의 밑반찬 전문점도 곧 개설할 예정이며, 여성 사원들이 풀타임 근무나 야간 교대근무를 회피하는 점을 감안, 필요한 시간만큼만 일하는 시간제 고용 도입을 기업체에 권장할 방침도 갖고 있다.
시화·반월공단은 남성 노동자들의 생업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공장 자동화율이 70%에 이르면서 여성이 일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 여성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아서 전업주부나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재취업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현재 17만1천여명이 일하는 시화·반월공단은 8,600여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이 가운데 여성수요가 절반이 넘는 4,500여명에 이른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祝福)이다. 세계적으로 여성들이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와 국가는 발전하고 국운이 상승했다. 가사노동에 파묻혀 능력을 사장(死藏)시키고 있는 여성 인력을 일터로 이끌어내야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이 남편과 자식을 대신해 팔 걷고 일터로 나설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은 반가워할 수만 없는 씁쓸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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