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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3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는 세금문제에 있어 그동안 성역이었다. 법률에 관련 규정이 없어서 걷지 않았다면 국회의 직무유기이고, 특별한 규정은 없어도 종교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아 세금을 추징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면 행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3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의 소득에도 세금을 과세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다소 의아해 했다. 국민적 여론이 들끓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공룡처럼 커져버린 종교권력을 향해 책임 있는 주무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17일 정부 스스로 종교인 과세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종교인의 소득에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과세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서는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과세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과세방법과 시기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일반 국민과 똑같이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내는 시기에 같은 방법으로 과세하면 된다.
가톨릭은 1994년 주교회의에서 세금을 내기로 결의한 이후 거의 대부분 성직자들이 세금을 내고 있으며, 개신교에서도 많은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조세에 찬성한다는 불교계의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들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종교인 과세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목회자의 85% 가량이 비과세에 해당할 정도로 개인 소득이 낮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가와 사회가 하지 못한 어두운 곳에 빛과 소금이 되어주고 있는 종교기관과 성직자가 많다. 과세는 과세대로 하되 이런 종교인에게는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가 자율적으로 잘 움직이면 좋지만 일부 독점재벌의 탐욕이 지나쳐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이듯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일부 대형 종교기관이 문제일 것이다. 이들은 국가원수를 무시하는 발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더니 사회의 여러 비난을 무시하고 교회세습을 감행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대선기간에 쏟아낸 복지공약에 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말이 많다. 당선인은 오랫동안 “원칙과 약속”을 자신의 마스코트처럼 내세웠다. 국가 경영에 있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고 공평하게 과세해야 한다” 는 원칙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국가의 의무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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