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이제부터다

잔치는 끝났다. 하지만 이제부터 우리 고장의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앞으로 4년간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의회를 이끌게 된 새 일꾼들은 선거기간 동안 공약했던 다짐들을 반드시 지켜 지방자치를 발전시키고 내 고장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축제가 이어지는 나날이 될 수 있도록 성과 열을 다해주기 바란다. 주민들은 ‘선거 이후’를 냉철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역일꾼으로 뽑힌 지도자들의 하기에 따라서 앞으로 우리 지방자치의 수준 및 살림살이의 질(質)과 내용이 결정된다. 주민들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후회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든 지자체의 차원이든 지도자를 잘못 선택함으로써 야기되는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쓴다.

지도자의 역량과 주민의 삶

국가 차원에서 살펴볼 때 가까운 예로 필리핀을 그 좋은 본보기로 들 수 있다. 1960년대 필리핀의 국민소득은 한국의 3배를 넘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발전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 지도자를 만난 것이 불행이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산업화에 힘을 쏟아 경제발전을 이끌어냈고 이어 민주화가 따라왔다. 자원이라는 ‘조건’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필리핀은 지금 동남아시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해 있다. 2004년 한국과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14배의 차이로 역전됐다. 한국의 경제규모는 지금 다소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세계 11위에 올라서 있다.
조선업 세계 1위, 대학 진학률 세계 1위, 미국 유학생 세계 1위, 인터넷 가입률 세계 1위, 에너지 수입 세계 3위, 자동차·전자·철강 등 주요 공업 세계 5위, 석유 수입 세계 6위. 이 밖에도 세계 ‘톱 10’ 안에 드는 기록은 많다. 우리나라는 이른바 ‘선진국가들의 모임’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기도 하다. 군사력과 인구도 세계적 수준이어서 작은 영토만 아니면 강대국의 면모에서 크게 빠질 것이 없다.
1백년 전 구한말 한국인들은 하와이로 멕시코로 노동품을 팔러가 짐승 취급을 받았다. 우리는 불과 50여년 전만 해도 가진 것이라곤 절망밖에 없었던 세계 최빈국이었다. 그런 나라가 50년만에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제치고 톱11에 올라선 것은 기적이라고들 말한다.

한국과 필리핀의 뒤바뀐 명암

필리핀 국민들은 나라가 가난하고 부패·무능한 지도자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자 70년대 초부터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인구 8,800만명 중 10%가 넘는 900만명이 해외에서 가정부, 생산현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가족에게 송금해주는 연간 1백억 달러가 넘는 돈이 아니면 필리핀은 당장 국가부도가 날 형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1만명이 넘는 필리핀 사람들이 저임금도 마다하지 않은 채 기피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도 필리핀에서는 매일 3,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예는 국가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지역 살림을 맡은 지도자들이 일을 잘못하면 지방 발전은커녕 오히려 지방자치의 발목을 잡고 주민의 ‘삶의 조건’을 망가뜨릴 수 있다.
우리나라가 비록 세계 11위의 경제 선진국이라고 할지라도 아직은 위태위태하고 많은 부분에서 걸리는 게 늘 있다. 자칫하다가는 벼랑으로 곤두박질할 수 있다. 그래서 지역일꾼들의 예지와 능력, 땀과 눈물의 헌신이 더욱 요구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지역의 ‘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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