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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민의 삶과 지역 현안에 대해 ‘소 닭 보듯’ 하던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갑자기 딴 사람으로 변해 머리를 깊숙이 조아려 유권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마치 전쟁터에서 잃었던 형제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갑고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두 손을 붙들고 흔들어대는 그 연출과 허위의식을 보면서 “정치세계는 어쩔 수 없다”는 사람들의 편견은 더욱 굳어진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최근 이른바 ‘키티맘’이라는 신조어로 불리우는 20~30대의 기혼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후보의 경력과 공약을 분석하고 정책의 실질과 그 수행능력을 따져보면서 정치의 원천을 시민들의 상식과 생활감각으로 복귀시키고자 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방선거의 변수 젊은 주부층
키티맘은 1974년 만들어진 인형 캐릭터 ‘키티’와 함께 자란 세대이며, 비교적 교육수준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정치 사회 참여의식이 적극적이다. 인터넷 1세대이자 이른바 ‘X세대’인 키티맘은 어머니가 되면서 당당하게 자신을 표출하고 가정과 사회의 기존 인간관계마저 바꿔 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녀 교육과 건강, 환경, 소비, 범죄문제 등에 관심이 많으며 사회의식이 강한 특성을 지닌다. 이들의 후보 선택 기준은 지지하는 정당이 아니라 자신에게 피부로 와닿는 보육시설 확충문제랄지 급식문제, 아토피 피부염 유발환경 척결 등 자녀 양육문제, 영어캠프 신설과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확충 등 교육문제, 학교 주변의 유해시설 제한문제나 스쿨존 등 ‘생활정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거대담론보다 생활의 실익을 따지는 구체적인 공약을 선호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역대 지방선거의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키티맘 세대의 투표율은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훨씬 높을 뿐 아니라 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여성이 동네 일꾼을 뽑는 ‘생활정캄에 남성보다 더 높은 관심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당 아닌
생활정치 공약 선호
이처럼 5월 한국의 지방선거에서 ‘키티맘’이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각 정당의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키티맘의 마음을 사로잡을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다투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실시’를 공약하고 있는가 하면,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1개 동에 1개의 보육시설’을 약속했다. 민노당 김종철 후보는 6세 미만 신생아의 40% 가량이 앓고 있다는 ‘아토피’를 방지하기 위해 시립병원과 보건소, 민간병원을 연계해 아토피 클리닉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들이 앓는 구체적인 병명까지 공약에 등장하기는 이번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젊은 주부들의 정치의식과 지역 현안에 대한 높은 관심이 공허하고 번드레한 ‘헛소리 공약’이 아닌 실생활과 밀착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이어지도록 역할한 ‘키티맘’ 현상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든, 여성의 힘은 놀랍다. 지금 20~30대 젊은 주부들이 지방선거의 변수로 등장하면서 지방정치를 ‘생활정캄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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