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선출직의 주민소환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비리 등을 저지른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 지자체 선출직 공무원을 지역주민이 주민투표로 직접 해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에도 조례제정 개편 청구, 주민감사 청구, 주민투표에 이어 주민소환제까지 가능한 직접민주주의가 궤도에 오른 셈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전횡·비리 및 무능에 대해 주민이 ‘해고’라는 수단으로 제어하고 응징할 수 있는 제도로서 대의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직접민주주의의 주요 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이제 지자체 단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은 직무수행과 의정활동 및 일상의 처신에 공직자로서 보다 엄격하고 투명하며 성실한 책임감과 도덕성을 요구받게 됐다. 당선만 되면 선거 과정에서의 비리나 과거의 흠이 모두 묻히고, 어떤 처신이나 행태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보장되는 때는 지나간 것이다.
실적주의와 표퓰리즘(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처신)을 위해 방만한 예산 집행과 전횡을 일삼는 따위의 일은 이제 용납될 수 없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지방의원들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문제는, 지방권력에 대한 직접 통제장치인 주민소환 시스템이 반대와 불복, 저급한 정치선전이 여전한 우리 정치풍토에서 자칫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같은 거대한 실험의 도입을 정파간의 이해다툼과 표결 거래의 산물로 만들어 얼렁뚱땅 법제화한 이번 국회의 파행상은 대단히 부끄럽고 우려스럽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일의 주민소환법안 국회 통과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부동산 법안 등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막판에 무더기 법안 상정으로 얼떨결에 갑자기 이뤄졌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총선 때 이 제도의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지만 이 제도 도입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 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열린우리당이 ‘지방 부패권력 심판론’을 이슈화하면서부터다.
이 법안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해당지역 유권자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은 15% 이상, 지방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이면 소환투표 실시가 가능하며, 유권자 3분의1 이상 투표에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이면 소환 대상자는 즉각 해임된다.
이같은 주민소환제는 사실상 재신임투표나 마찬가지여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위법이나 부당한 사무처리, 직권남용, 무능 등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로 역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주민소환제는 지방권력 부패와 무능에 대한 주민의 직접 응징과 비리 예방 효과, 당선 지상주의 불식 등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이를 지방선거용으로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낙선자가 선거 결과에 불복, 주민소환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지방행정의 안전성과 연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제도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선출된 지 1년이 지나야 소환청구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내년 7월부터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된다. 따라서 그 이전에 정략적 의도에 따른 오·남용을 최대한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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