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김연아가 울면 모두 따라서 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아도 시장이나 도지사 얘기보다 이명박, 손학규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것은 국가가 겪어 온 시련과 영광이 개인의 생활에 그대로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식민지, 전쟁, 군사정부, 민주화운동, 급격한 경제성장, 이런 일들이 국민들의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국가가 행정의 많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보다는 중앙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기도 합니다. 중앙정부 사람들은 이런 말까지 합니다.
‘지방정부에 권한들을 넘겨주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나라 사정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심지어 지방정부가 권한 분산에 반대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분산, 분권, 국토 균형발전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제입니다. 그러나 이 일은 국민들의 머릿속 깊이 박혀 있는 중앙 집중의 사고방식과 맞서야 하는 만큼 어렵고 험난한 일입니다.
70·80년대 민주화운동 하던 만큼의 각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한국의 지역신문들은 그 운동의 전면에 서 있습니다.
지역에도 쇄신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의 한 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교수가 시흥시의 장기 도시계획을 보고서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온 것 같다’는 한탄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교수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다른 도시에서 10년 전에 거쳐 갔던 그런 일들이 오늘 우리 시에 벌어지는 것을 자주 봅니다.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질적 향상이 필요합니다. 이런 절박한 마음 때문에 이 자리에 그렇게 서고 싶었습니다. 언론은 다른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역 언론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언론을 지켜온 모든 사람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시흥신문의 책임을 맡으면서 「뿌리깊은나무」라는 잡지를 생각합니다. 묻혀있고 떠도는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정갈하고 깊이 있는 사진, 쉽고 부드러운 우리말 표현, 광고도 또 하나의 기사인 듯 잘 꾸민 광고들, 그 잡지가 폐간된 지 이미 삼십년이 더 되었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표상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렇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